1. 미안합니다
어떤 말로 어떻게 이 글을 시작해야할지 한참을 고민하였습니다.
어쩌면 이미 예감했던 일이고, 돌아온다는 것이 불가능한 시간을 넘어섰지만...
그래도 짧은 한마디 말과 생각이 불경스러운 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 마음의 준비마저 미흡했던 모양입니다.
덜컥, 마음이 내려 앉습니다.
현탁군이 어둠과 추위 속에 싸우는 동안 아무 것도 못한 못난 어른이라서 미안합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얼마나 추웠을까요.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미안합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2. 현탁군을 추모하며
건9왕님, 우리의 전현탁군.
한탁군이 남긴 글을 보면서 한탄스럽기만 합니다. 부끄럽기만 합니다.
오늘이 제 생일이네요
'생일은 그냥 넘어가는편인데 하필 수학여행을가네요 저도이제 민증 나오겠네요...'
오늘 현탁군이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던 지갑에 주민등록증을 넣지 못하게 되어 마음이 아픕니다.
몇가지 나눔하겠습니다
'작년 여름이 끝날 무렵에 산 팔찌입니다. 여친이 생길까봐 2개를 샀었는데 결국...ㅠㅠ 그래서 그냥 나눔하렵니다. 여친있는분들은 하나 더구입해서 쓰시면 좋겠네요'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한 사람.
여친이 생기길 바라는, 그 나이에 어울리는 평범한 대한민국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수학여행 못가고 있네요 ㅠㅠ
'배가 출발해야하는데 2시간째 대기중이네요 아~ 피곤해'
거대한 배 앞에 대기하고 있는 학생들의 사진, 그리고 짧은 한 마디.
현탁군은 주민등록증도, 여자친구도 만들지 못했고... 수학여행도 끝내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해야할 것도, 하고 싶은 일도 많았을 현탁군, 그리고 많은 단원고 학생들이...
어른들의 무책임으로 끝내 뭍을 밟지 못한 것에 참담하고 비통합니다.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학생들의 삶과 꿈을 빼앗은 것에 분개합니다.
3.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현탁군과 단원고 학생들이 남긴 것은 살아남은 자들의 숙제이자 책임일 것 입니다.
그 숙제는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것과 세상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의 숙제와 책임을 잊지 않도록,
우리가 현탁군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건9왕님의 회원정보에 우리들의 이야기 남기도록 만들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분향소 및 관련 사항을 적용 후 별도 공지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