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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4시간 전

여기 진짜 간첩이 있습니다. 김동식(가명)이라는 사람입니다. 90년 남파돼 간첩 이선실을 대동 월북하고, 95년에 다시 내려왔다가 체포됐습니다.

우리로 치면 고3 때 철저한 체력과 지력 테스트를 거쳐 남파 공작원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김정일 정치군사대학에 입학한 뒤 4년 동안 혹독한 훈련을 거친 공작원입니다.

책을 읽어보면 김동식씨는 이미 한국 안보기관에서 일한지 오래인데도 자신을 훈련시킨 북한의 선생님들과 그 시스템에 대한 존중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만큼 적국에 들어가 자국 이익을 위한 공작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육체적인 훈련 뿐 아니라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다는 대단한 정신력이 필요하고 그것은 오랜 교육, 훈련을 통해 함양되는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제가 최근 1년 여 만나고 있는 탈북자 간첩들은 그런 사람들이 아닙니다. 마약꾼, 밀수꾼, 전과자 등 북에서도 살기 힘든 사람들이 많습니다. 2004년 이후 탈북자 간첩이 21명이나 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국정원 등 소위 안보기관들이 잡는 간첩이 상당부분 이 북한 사회의 낙오자들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국정원은 이런 말이 안되는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나름의 논리를 내놨습니다. 간첩에 A급과 B급이 있다는 것입니다. 중앙에서 직접 관리하면서 철저한 훈련을 거친 간첩도 있지만 지역 단위에서 별 훈련도 없이 내려보내는 간첩도 있다는 논리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국정원과 친한 엘리트 탈북자들이 종편에 나와 그런 논리를 자주 설파합니다. 

그런데 이 B급들에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도대체 '왜' 간첩이 되었는지 설명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라는 국가로부터 받은 것이 아무것도 없고, 공작원이 된다고 해서 대가도 없는데(공작금도 한 푼 주지 않고, 심지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국경 탈출을 도와주지도 않습니다.) 왜 공작원이 되느냐는 겁니다. 이 문제에 대한 국정원의 설명은 아주 조악합니다. '시키니까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권력기관들이 워낙 무서워서 시키면 그냥 공작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정도가 국정원의 설명입니다.

저는 국정원의 설명을 믿지 않습니다. 아마 대다수의 국민들도 이제는 믿지 않을 겁니다. 아시겠지만 뉴스타파가 보도한 '기억제거 패치로 국정원을 속인 여간첩'은 유우성씨 조작사건 이후 발생한 사건입니다. 유우성씨 사건으로 국정원의 간첩조작이 백일하에 드러났는데도 국정원은 제 버릇을 고치지 못했습니다.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보위사 직파 간첩 사건이라고 홍 모씨 사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제 곧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이 시작됩니다. 이 사건도 간첩 조작이 크게 의심되는 사건입니다. 

저는 국정원에 권고하고 싶습니다. 만약 국정원이 새로 태어나고 싶다면 당장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지금도 돌아가고 있는 간첩조작시스템을 멈추라고요.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제가 봐온 국정원은 저의 간절한 충고를 들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마 국정원은 앞으로도 계속 뉴스타파에 간첩 조작 아이템을 제공해주고, 그 끝에 자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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