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무죄 확정 후 차기 총선 출마 의지… 관련자 수사는 지지부진
1월 29일, 대법원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지었다. 2012년 대선 직전 가장 큰 사건은 국정원 직원 김하영의 댓글이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에 포착된 일이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선거판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김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 산하의 수서경찰서를 시켜 대선 투표 2일 전인 2012년 12월 16일, 국정원의 여론공작이 없었다는 취지의 중간 수사 발표를 했다. 박근혜·문재인 두 대선후보의 치열한 TV토론이 종료된 직후였다. 이후 김 전 총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결국 무죄로 끝난 것이다.
판결 직후 김 전 총장은 지인들에게 미리 준비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대법원 판결은 '사필귀정'이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판결문의 내용을 보면 김 전 총장이 마냥 떳떳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법원은 김 전 총장이 특정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을 한 것은 아니라고 봤기에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위한 보도자료 등은 국정원 직원에 대한 것일 뿐, 행위의 대상이 특정 후보자에 관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6월 5일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은 보다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서울고법에 따르면 김 전 총장은 분명히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와 달리 법적인 '선거운동'에는 능동성과 계획성이 있어야 하는데, 검찰이 이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검찰이 하기에 따라서는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였다.
김 전 청장 사건뿐만 아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된 여러 의혹들에서 공직선거법으로 처벌된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경우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지난해 9월 1심에서 받아들여졌지만 공직선거법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야권에서는 2월 9일 예정된 2심 선고 내용 역시 1심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내부에서 정치개입을 한 사이버사령부의 옥도경, 연제욱 전 사령관이 유죄를 받긴 했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1심)은 연 전 사령관에게 금고 8월, 집행유예 2년, 옥 전 사령관에게 선고유예를 처분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정치관여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내렸지만 애초에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안이다. 사이버사령부의 윗선인 국방부에 대한 수사도 이뤄지지 못했고, 실형이 아니기 때문에 군인연금 등에서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직원 개개인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애초에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개개인에 대해서는 상부의 명령을 수행한 것일 뿐이라며 기소하지 않았다. 원 전 원장의 1심 결과가 나온 이후 참여연대가 국정원 직원 31명을 고발했지만 넉 달 가까이 감감무소식이다. 참여연대 측은 "원 전 원장 판결문을 토대로 국정원법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여지껏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정원 정치공작의 상징처럼 알려진 닉네임 '좌익효수'의 경우 1년 반이 넘도록 수사에 진척이 없다. '좌익효수'는 국정원 대공수사국 소속으로 2011년 1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디씨인사이드 연평도북괴도발 갤러리(연북갤) 등에 16건의 글과 3400여건의 댓글을 게시했다. 댓글의 상당수는 호남을 비하하거나 야당 소속 정치인 등을 모욕하는 내용이었다. 대선 직전에는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비하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 등은 2013년 7월 좌익효수를 국정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국정원은 좌익효수가 자신들의 직원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같은 해 9월 검찰은 좌익효수가 국정원 직원이 맞다고 확인했다.
좌익효수의 정체가 국정원 직원으로 드러난 직후 인터넷 방송인인 '망치부인' 이경선씨가 좌익효수를 모욕, 협박 등의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이듬해 1월과 3월 이씨와 이씨의 남편이 고소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이씨 역시 이후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했다.
이씨는 "좌익효수는 2011년 초부터 나와 내 가족들에 대한 모욕적인 말을 서슴지 않고 했다. 심지어 내 딸을 납치해서 성폭행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는데 그땐 국정원 직원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분명 조사를 받을 당시에는 담당검사 사무실에 두께가 30㎝가 넘는 범죄기록이 놓여져 있었고, 검찰 쪽에서도 처벌 의지를 보였다. 6월 정도에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이후에는 전혀 진행상황을 알 수가 없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인사이동 때문에 자꾸 사건 담당검사가 바뀌면서 절차가 늦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의 공소장과 법원의 판결문은 국정원 직원들이 대선 기간 중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인터넷 활동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급작스런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역시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공직선거법으로 유죄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선거개입의 진상을 밝히려던 사람들이 힘겨운 법정 싸움에 직면해 있다. 권은희 의원 측은 "김 전 청장의 무죄가 확정됨에 따라 모해위증죄 위반 혐의로 수사가 시작될 것 같다"고 밝혔다. 같은 당의 진선미 의원은 국정원 직원 김하영의 오빠를 '국정원 직원'으로 명예훼손했다는 이유로 2월 5일 검찰에 기소당했다. '국정원 여직원 감금사건'에 연루된 4명의 새정치연합 의원(강기정·김현·문병호·이종걸)에 대한 첫 공판은 3월 2일 열린다.
출처: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50207172806118&RIGHT_COMM=R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