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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메르스 혼란’ 틈타 원격의료 입법시도
전공의특별법·의료인폭행방지법·의료광고법은 ‘찬밥’
2015.06.09 07:10:14
이우진 기자 admin@hkn24.com
메르스’ 사태가 6월 임시국회를 덮친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 원격의료 사업을 확대·입안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의료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동시에 의료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전공의특별법, 의료인폭행방지법·의료광고법 등은 사실상 관심 밖에 놓여 있어 의료인들이 그동안 해왔던 노력이 헛수고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여당 ‘원격의료 입법’ 시도에도 … 정신없는 의료계
이번 임시국회에서 의료계의 가장 큰 이슈는 원격의료 확대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 소위 원격의료법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 여당에서는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법안 입법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서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원격의료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오늘(8일) 열리는 메르스 특별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지난 2013년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 등이 발의했으나 의료계와 야당은 그동안 원격진료의 확산이 대형병원의 환자 편중을 가중시켜 개원가의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영리병원 도입까지 이어지는 ‘의료영리화’의 첨병이 될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특히 지난 5월 정부의 ‘1차 원격 모니터링 시범사업 결과’가 공개된 후 대한의사협회(의협)·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 등의 의료단체들은 조사방법 및 시범 사업의 효율성 입증 등을 문제 삼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의료계의 날선 공격에 정부도 결국 원격의료 확대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채 2주도 지나지 않아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의료계가 정부를 압박하던 상황에서, 메르스 이후 정부가 의료계에 힘을 행사하는 분위기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계가 ‘메르스 퇴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이번 임시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의료계의 무관심 속에 처리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전공의특별법·의료인폭행방지법·의료광고법 물거품 되나
반면 올해 초 가장 뜨거웠던 ‘전공의 처우 및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특별법’, 이른바 ‘전공의특별법’에 대한 관심은 점점 식어가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부터 발생한 수도권 모 병원의 전공의 폭행사건, 대전 모 병원의 당직비 청구 소송 등 크고작은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며 입법 필요성이 대두됐던 전공의 특별법은 6월 법안 통과 가능성까지 논의됐지만 메르스 사태로 인해 ‘뒷전’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지난 몇 년간 끊임없이 발생한 의료인 폭행으로 인해 최근 급물살을 타던 ‘의료인 폭행방지법’ 입법도 난관에 부딪혔다. 이 법안은 진료실이든 아니든 간에 의료행위 중인 의료종사자를 폭행 또는 협박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08년(민주당 전현희·한나라당 임두성 의원) 발의됐으나 무산된 뒤 2012년 민주통합당 이학영·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해당 법안을 재발의했고, 3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되는 등 사연 많은 법안이다.
올해 3월 경남 창원의 모 종합병원에서 의료인 폭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관심이 높아졌고, 법안 통과에 대한 의료계의 기대가 높아졌었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여파로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 5월27일 보건복지부가 발의한 것으로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통과할 전망이었다.
그동안 의료기관 간 경쟁 구도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치료효과 등을 오해할 소지가 있어 의료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있어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었다. 하지만 역시 메르스 사태로 법안 통과 여부를 점치기 어려워졌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는 그동안 정부·의료계·병원계·환자 단체 등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안이 많이 있다”며 “메르스 때문에 의료계에서 준비해 왔던 것들이 물거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특정 법안이 강행되거나 처리되지 못하면 언제 다시 문제가 공론화되고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메르스 탓에 정말 중요한 의료계의 현안은 묻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