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또 돌을 던지다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국'을 펼치며 인간의 한계에 도전했던 이세돌 9단.

이번에는 한국 바둑계에 돌을 던졌습니다.

지난 17일 한국기원 산하 한국프로기사회에 탈퇴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세돌은 "프로기사회가 강제 출전 규정, 기보 저작권 등
과거부터 쌓인 문제들을 대충 봉합하고 넘겼다"며 "지금이야말로 그런 문제들을
다시 논의할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세돌은 기사회의 일률적 공제에 지속적인 불만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사회는 회원의 대국 관련 수입 중 3~5%를 공제합니다.
상금을 많이 받는 기사가 돈을 더 많이 내게 되는 거죠

이세돌은 평소 "세계대회는 프로기사회와 관련도 없는데,
세계대회 상금까지 기사회가 공제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겹쳐 결국 ‘탈퇴’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이세돌과 한국기원의 갈등은 처음이 아닙니다.

이세돌은 16살 때부터, "지금 방식이면 영원히 3단에 머물겠다"며
실력을 반영하지 않는 승단 제도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승단 제도는 개혁됐죠.

기보저작권을 한국기원에 일괄 위임하는 규정에 '기사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프로 기사 중 유일하게 서명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2009년 한국 바둑리그 불참을 선언한 뒤 한국기원에 6개월 '휴직계'까지 냈습니다.

수십 년간 쌓인 갈등에 결국 탈퇴에 이른 '인간대표' 이세돌.

프로기사회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현재 프로기사회 정관에는 '기사회에서 탈퇴하면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일정에
참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친목단체에서 나왔다고 대국을 막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대회 참가를 막을 경우 소송까지 고려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유로운 발상과 솔직하고 대담한 발언으로 한국 바둑계의 판을 뒤엎은 이세돌.

그가 한국바둑계에 던진 '초강수'는 바둑계를 개혁하는 '묘수'가 될까요?
아니면 모두가 피해를 보는 '악수'가 될까요?


댓글